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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 1위와 3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오를 때 사면 결국 사이클 고점에 물린다는 경험담을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산업에서 안보자산으로
제가 SK하이닉스를 처음 매수했을 때 초반에는 소액만 넣었다가 주가가 오를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져서 일찍 팔아버렸습니다. 그때 더 크게 들어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습니다. 당시 저를 가장 많이 흔든 건 "이건 사이클 산업이야"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사이클 산업이란, 수요와 가격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며 실적이 들쑥날쑥한 구조를 말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PC나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연동돼 움직였고, 1년 왕창 벌고 4년 쉬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니 밸류에이션을 얼마나 줄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팽배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고 보는 시각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핵심은 수요처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PC와 스마트폰 대신 데이터센터가 주요 수요처가 됐는데, 데이터센터의 교체 주기는 훨씬 길고 구조적입니다. 작년에도 돈을 벌었고, 올해도 벌고 있으며, 내년도 그럴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 자체가 과거 사이클과는 확연히 다른 신호입니다(출처: 한국신용평가).
여기서 더 나아가 안보자산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안보자산이란 단순한 상업적 가치를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전략 자원을 의미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산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이 미국의 AI 인프라에 채택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건 불가하다고 봅니다. 미국 입장에서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을 지정학적 경쟁 상대에게 의존하는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메모리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입니다. AI 모델이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때 반드시 필요한 부품으로, 현재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창신메모리, 양쯔메모리 같은 업체들이 레거시 D램 시장에서는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HBM 기술 격차는 아직 따라붙지 못한 상태입니다.
속초의 물놀이 가게 비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에만 장사가 되는 줄 알았던 가게가 겨울에도 손님이 가득 찬 것을 발견하는 순간, 그 가게의 기업 가치 평가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 장사(사이클 호황)만 하는 곳인 줄 알았더니, 데이터센터와 AI라는 겨울 수요까지 생겼습니다.
- 과거 사이클: PC·스마트폰 교체 주기 연동, 1년 호황 후 4년 침체
- 현재 구조: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수요, 장기 계약(LTA) 기반으로 안정적 실적
- 안보자산 프레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중국산 HBM 대체 불가 → SK하이닉스·삼성전자 수혜
- 2028년 글로벌 순이익 1위·3위 전망(삼성전자·SK하이닉스) — 3개년 연속 고수익 컨센서스 형성
HBM과 밸류에이션, 어디까지 줄 수 있나
HBM3와 HBM4의 경쟁 구도를 보면서 저는 이 시장이 단순히 기술 경쟁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HBM3 세대에서 SK하이닉스가 확고한 해자(경쟁자가 넘기 어려운 진입 장벽)를 구축했다면, HBM4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경쟁이 제로섬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시가총액에서 역전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으니까요(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밸류에이션 논쟁도 핵심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적정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방법론으로, 보통 PER(주가수익비율)을 활용합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가 이익 1원당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2028년 기준 예상 PER은 약 5배 수준으로, 엔비디아의 20~30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됐을 때는 12개월 포워드 기준 6~7배 멀티플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장기 계약(LTA, Long-Term Agreement) 구조가 도입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LTA란 공급자와 구매자가 수년 단위로 물량과 가격을 미리 약정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다만 장기 계약이 이뤄지면 현재 가격에서 25% 정도 할인된 수준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현재 이익에 배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산정하면 안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직접 설비 투자를 부담하면서 SK하이닉스에 생산만 맡기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건 부동산으로 치면 건물주가 인테리어 비용까지 다 대주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자본 리스크 없이 수익만 챙기는 옵션이 생기는 셈이어서, 현재 7~8배 수준인 밸류에이션에 추가 업사이드가 붙을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젠슨 황 방한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주문서를 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주문서가 나오기 전에 기대감 기반의 매수 흐름을 유도하는 건 앞뒤가 다소 맞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LG 그룹의 로봇 사업이나 피지컬 AI(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밸류체인이 메모리 수요를 늘린다는 논리는 맞습니다만, 이건 아직 기대감 단계입니다. 기대감과 실제 실적 사이의 간극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또 하나 짚고 싶은 건 65~70%를 주도주에 집중하라는 포트폴리오 조언입니다. 이 전략은 장기 보유가 가능하고 생활비와 투자금이 분리된 분들에게는 유효하지만, 단기 자금이나 생활비가 섞인 경우엔 오히려 위험한 조언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 성향과 자금 성격에 따른 기준이 함께 제시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이닉스가 10% 넘게 빠진 날, 매수 기회로 봐도 되나요?
A.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았다면 조정은 기회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마이크론 실적 우려와 환율 상승이 트리거였을 뿐, SK하이닉스 자체의 악재가 나온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이게 모든 투자자에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자금 성격과 보유 기간을 먼저 점검하고 결정하시는 편이 맞습니다.
Q. HBM4 시대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앞설 수 있나요?
A. HBM3 세대에서 SK하이닉스가 해자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면, HBM4에서는 삼성전자가 콜드테스트를 먼저 통과하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두 기업이 번갈아 모멘텀을 주고받는 구도로 보는 시각도 있고, 저는 둘 다 한국 기업이니 코스피 전체의 상승 흐름 속에서 함께 간다는 큰 그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메모리 반도체를 안보자산으로 보는 프레임이 언제 무너질 수 있나요?
A. 미중 관계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거나, 중국의 HBM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따라붙는 경우가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안보자산이라는 개념은 현재 지정학적 긴장이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이 전제가 흔들리면 프레임 자체가 재검토될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논리일수록 전제 조건을 자주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 포트폴리오의 65~70%를 주도주에 넣으라는 조언, 따라도 될까요?
A. 장기 보유가 가능하고 투자금과 생활비가 철저히 분리된 분들에게는 유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단기 자금이 섞여 있다면 큰 하락장에서 버티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같은 조언도 투자 성향과 자금 성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먼저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결론
이번 분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메모리 반도체를 단순 사이클 산업이 아닌 안보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시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투자하면서 겪었던 가장 큰 실수가 사이클 우려에 일찍 팔아버린 것이었는데,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수요라는 구조적 변화를 먼저 이해했더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낙관적인 프레임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안보자산론의 전제 조건인 미중 기술 패권 구도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젠슨 황 방한처럼 기대감이 앞서는 이벤트는 실제 주문서와 실적으로 검증될 때까지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앞으로는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펀더멘탈이 바뀌었는지를 먼저 묻는 습관을 길러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