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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화면 속 아이의 눈빛에 손이 멈춘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KBS 1TV 동행 567회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 사는 14살 지민이의 이야기입니다. 공과금 고지서 앞에서 눈을 내리깔던 그 나이의 아이가 스스로 진로를 정하고 독립을 선언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저도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읍내서도 한 시간, 산골 가족의 현실
혹시 "오지(僻地)"라는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 거리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부산에서 일하다 보니 가끔 귀농·귀촌 이야기를 접하는데, 읍내에서 차로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마을이라면 솔직히 생활 인프라 자체가 다른 세상입니다.
중학교 3학년 지민이는 그런 강원도 첩첩산중 마을에서 닭을 키우고 고추밭 일손을 도우며 엄마 밥상까지 차립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 곁에서 장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온 아이입니다. 제가 직접 그 나이를 돌이켜보면, 저는 그때 학원 숙제가 밀렸다고 투덜거렸거든요. 그 비교가 좀 부끄러웠습니다.
아빠는 20대 때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눈을 실명한 뒤 44세에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를 만나 두 딸을 얻었습니다. 농사 자잿값과 인건비가 매년 쌓이는 적자를 메우지 못하던 중, 차가 없으면 이동 자체가 어려운 산골에서 무면허 운전이 적발돼 4개월간 수용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 대목은 읽을 때 감동 서사로만 흡수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이 배경이라 해도 법을 어긴 사실은 엄연히 존재하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시청자 각자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사이 엄마는 새벽 5시부터 밭일을 하고 오후엔 아동 센터에서 일했습니다. 서툰 한국어로 쓴 탄원서를 들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린 엄마의 행동이 이웃들에게 닿았고, 결국 180명이 서명으로 온정을 보내주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사회적 지지망(social support network), 즉 위기 상황에서 개인이나 가족을 둘러싼 이웃·지역 사회의 연결망이 실제로 작동한 장면이었습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만 느꼈던 제 시각이 잠시 흔들렸습니다.
- 강원도 산골 마을 — 읍내에서 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오지 환경
- 아빠: 오른쪽 눈 실명, 간경화 진단으로 기력 약화, 무면허 운전 적발 후 4개월 수용
- 엄마: 새벽 5시 밭일 + 오후 아동 센터 근무로 홀로 생계 담당
- 이웃 180명 서명 — 지역 사회 지지망이 실질적으로 작동한 사례
열네 살의 꿈, 제과제빵사라는 선택
여러분은 중학교 3학년 때 장래 희망이 뚜렷했나요? 저는 솔직히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낼 때까지도 "그냥 근처 일반고"였습니다. 그런데 지민이는 부모님의 짐을 덜기 위해 제과제빵사라는 구체적인 직업을 목표로 잡고, 경기도 소재 특성화 고등학교 진학과 기숙사 생활이라는 '독립 선언'까지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특성화 고등학교란 특정 분야의 직업 교육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고등학교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제과제빵, 조리, IT 등 실기 중심의 전문 교육을 고등학교 3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되거나 관련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아, 빠르게 생활비를 벌고 싶다는 지민이의 현실적인 판단과 잘 맞아떨어집니다(출처: 교육부).
하지만 기숙사비, 학비, 교통비까지 계산하면 부모님 입장에서 마음이 가벼울 리 없습니다. 지민이는 만 15세가 되는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15세 미만은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되어 있어, 15세가 되어야 비로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 제64조란 청소년 고용의 하한 연령을 규정한 조항으로, 15세 미만 청소년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 없이는 취업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제가 처음 이 대목을 읽었을 때는 "열네 살이 생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아르바이트 때문이라니" 하는 생각에 멈칫했습니다. 이 나이엔 생일 선물이 뭔지 설레는 게 먼저여야 할 것 같은데, 지민이에게 생일의 의미는 다릅니다. 그런데 그게 마냥 슬프기만 한가 하면, 또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목표가 선명한 아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거든요.
이웃 온정이 우리에게 남긴 것
동행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가족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이 에피소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180명의 서명이 실제로 사람 한 명의 수용 기간 단축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와 별개로, 그 서명을 받으러 집집마다 찾아다닌 엄마의 용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빠가 평소 마을 일을 솔선수범해 도왔다는 이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에피소드가 감동적으로 읽히는 건 단순히 가족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관계가 먼저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지역 사회 안에서 신뢰와 협력, 상호 호혜의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되는 비물질적 자산을 뜻합니다. 간단히 말해 평소에 쌓아온 신뢰와 관계가 위기 때 실질적인 자원으로 전환된다는 겁니다. 지민이네 가족 이야기는 그 교과서 같은 실례입니다.
저도 부산에서 일하면서 크고 작은 경제적 압박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보통은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 반사적인 고립감이 얼마나 습관적인 것인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제 경험상 힘들 때 주변에 손 한 번 내밀지 않고 버티다가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방송 미리보기 콘텐츠가 감동 서사를 구성할 때 민감한 법적 사안을 다소 가볍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이 맥락으로 작용한다 해도, 독자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좀 더 신중한 편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이야기일수록 그 이야기를 감싸는 방식도 꼼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BS 동행 567회는 언제 방송되나요?
A. 2026년 7월 18일(토) 저녁 6시부터 6시 55분까지 KBS 1TV에서 방영됩니다. 제목은 '산골 소녀 지민이의 독립 선언'이며, 본방 이후 KBS 공식 채널에서 다시 보기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지민이가 가고 싶은 특성화 고등학교가 어디인가요?
A. 방송 미리보기 기준으로는 경기도 소재 제과제빵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라고만 소개되어 있고, 구체적인 학교명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교육부가 직업 교육 목적으로 지정한 학교로, 졸업 후 자격증 취득과 취업을 연계하는 과정입니다.
Q. 14살인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나요?
A. 근로기준법 제64조에 따라 15세 미만은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됩니다. 다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가능하며, 지민이가 생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이 법적 나이 조건 때문입니다.
Q. 동행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A. KBS 1TV에서 방영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이웃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편성되며, 소외된 이웃이나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결론
지민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사실 제과제빵사라는 꿈도 180명의 서명도 아니었습니다. 공과금 고지서 앞에서 자신의 심부름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는 그 대목이었습니다. 그 깨달음이 꿈을 만들었고, 꿈이 독립 선언을 만들었습니다. 열네 살이 그 흐름을 혼자 만들어냈다는 게 저는 아직도 좀 묵직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 저녁 6시, KBS 1TV 동행 567회를 직접 보시면서 지민이 가족의 이야기를 응원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 손 한 번 내밀지 못하고 혼자 버티고 있는 분이 있다면, 오늘 한 번쯤 먼저 안부를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