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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진 리스크 (환태평양 조산대, 일본 재난 대응, 투자 리스크)

루크7851 2026. 7. 10. 13:13

목차


    솔직히 말하면 저도 얼마 전까지 화산이나 지진 뉴스를 보면서 '아, 또 일본이네' 하고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김기범 교수의 설명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을 30년 내 80~90%로 공식 발표하고, 최대 29만 명 사망이라는 시나리오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재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 주식이나 반도체 공급망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 당장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일본 금리 보여주는 이미지



    환태평양 조산대와 화산·지진이 겹치는 이유

    처음에 저는 화산 많은 곳과 지진 많은 곳이 그냥 우연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같은 지질학적 원인에서 동시에 출발합니다.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판(plate)으로 나뉘어 있고, 이 판들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뗏목처럼 느리게 이동합니다. 태평양을 빙 둘러싸는 '환태평양 조산대(Ring of Fire)'는 이 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한쪽이 다른 쪽 아래로 파고드는 경계선입니다. 여기서 '섭입 작용'이라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섭입 작용이란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을 머금은 판이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일정 깊이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주변 암석의 녹는점을 낮춥니다. 그 결과로 마그마가 만들어지고 화산이 탄생합니다. 지진과 화산이 같은 자리에서 함께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이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산이 그냥 '땅속이 뜨거워서 터지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판의 충돌과 물의 이동이라는 정교한 메커니즘이 있다는 걸 그때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해구(海溝)'를 따라 이 현상이 집중됩니다. 해구란 판이 섭입하면서 생긴 깊은 해저 골짜기로, 난카이 해곡이 대표적입니다. 일본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9급 대지진이 30년 내 발생할 확률은 80~90%로 추정됩니다(출처: 일본 기상청(JMA)).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숫자가 틀린 줄 알았습니다.

    화산 분화 규모를 나타내는 VEI, 어느 정도면 위험한가

    화산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 전문가들은 'VEI(화산폭발지수, Volcanic Explosivity Index)'를 사용합니다. VEI란 화산이 한 번 분출할 때 방출된 마그마의 부피를 기준으로 분화 규모를 나타내는 지수로,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분출량이 10배씩 증가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서기 79년 폼페이를 덮은 베수비오 화산 분화는 VEI 5, 백두산 천년 대분화(서기 946년)는 VEI 7이었습니다. VEI 5와 7의 차이는 단 두 단계처럼 보이지만 실제 분출량은 100배 차이입니다. 그리고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은 이보다도 1.5배 이상 큰 VEI 7 최상위권으로, 당시 북반구 성층권에 화산재가 퍼지면서 3년간 '여름 없는 해'가 이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대기근이 발생했습니다.

    • VEI 5: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 분화 수준
    • VEI 7: 백두산 천년 대분화 수준 — 폼페이의 100배 분출량
    • VEI 7 이상: 탐보라 화산 — 성층권까지 화산재 확산, 3년간 기후 이상
    • 키카이 칼데라(일본 규슈 남쪽): 추정 마그마 220세제곱km, 절반만 분출해도 백두산 대분화 수준
    요약: 지진과 화산은 같은 원인인 판의 섭입 작용에서 비롯되며, VEI 기준으로 한 단계 차이가 실제 피해에서는 10배 이상의 격차를 만든다.

     

    일본 재난 대응 방식과 투자 리스크의 연결

    일반적으로 일본이 재난 대응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기업 주식이나 반도체 공급망 관련 자산에 관심 있는 분들도 정작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재난 시나리오를 직접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2011년) 이후 재난 대책의 원칙을 공식적으로 바꿨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 최대 피해 상황을 전제로 대비 계획을 수립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것입니다(출처: 일본 내각부 방재정보). 후지산 분화 시나리오만 해도 이재민 2,700만 명, 난카이 해곡 대지진 시나리오는 최대 사망자 29만 명을 상정하고 그 내용을 영어, 한국어 등 다국어로 공개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처음 확인했을 때 '이게 과장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근거를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707년 후지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하기 49일 전,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9의 대지진이 먼저 발생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역시 본진 3일 전에 규모 7.3의 전진이 있었고요. 이 사례들을 근거로 일본 정부는 큰 지진이 발생하면 곧바로 '후발 지진 경계령'을 발령합니다. 단순한 여진 경고가 아니라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2024년 12월 아오모리 규모 7.6 지진 때도, 2025년 4월 산리쿠 지진 때도 이 경계령이 실제로 발령됐습니다.

    이게 투자와 무슨 관계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거의 모든 산업이 사실상 멈췄습니다. 일본 규슈 지역에는 최근 반도체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규슈 남쪽 바다에는 마그마 양이 220세제곱km로 추정되는 키카이 칼데라가 있습니다. 가로세로 높이 약 6km짜리 마그마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025년 고베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마그마가 분출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고, 그 분출량의 절반만 실현되어도 백두산 천년 대분화에 준하는 사건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는 '운이 나쁘면 걸리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저는 이번에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게 됐습니다. 400년간 누적된 지각 에너지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질학적 분석이 있는 지역에 공급망이 집중되어 있다면, 이건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리먼 사태 때 골드만삭스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상정하고 포지션을 정리해 살아남은 것처럼, 지금 이 정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나중에 꽤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면, 울릉도 리스크를 지나치게 짧게 다루고 넘어간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울릉도는 지열 증가율이 1km당 약 96도로, 백두산(97도)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나리분지 칼데라 안에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백두산보다 오히려 더 직접적인 리스크로 느껴졌습니다. 일본 재난 대응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이 부분이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요약: 일본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재난 대비 계획을 공개 운영 중이며, 이는 일본 관련 투자와 공급망 리스크를 평가할 때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변수다.

     

    자주 묻는 질문

    Q. 백두산이 폭발하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가 오나요?

    A. 백두산 천년 대분화(서기 946년) 규모의 폭발이 재현된다면 화산재 낙하 범위가 경상남북도, 전라남도, 제주도까지 포함됩니다. 다만 지질학적 분석에 따르면 그 정도의 대규모 분화는 수천~수만 년 주기로 발생하며, '100년 주기설'로 알려진 분화는 사실 소규모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보다는, 규모에 따라 피해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일본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한국에도 영향을 주나요?

    A. 지진 자체의 직접적인 진동 피해는 거리상 한국에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본 남부 산업 지역이 마비될 경우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쓰나미 경보에 따른 동해안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일본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간접적인 경제 충격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Q. 사쿠라지마처럼 자주 터지는 화산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요?

    A. 일반적으로 자주 터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분화 빈도보다 규모가 훨씬 중요합니다. 일본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분출하지만 VEI 1~2 수준의 소규모로, 인근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반면 오랫동안 활동이 없었던 화산이라도 마그마 축적량과 지각 에너지가 임계점에 도달한 경우 훨씬 위험할 수 있습니다.

     

    Q. 화산 폭발이 주식 시장에 실제로 영향을 준 사례가 있나요?

    A.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닛케이 지수는 단기간에 20% 이상 급락했고, 일본 전역의 제조업 생산이 사실상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1815년 탐보라 화산 분화 당시에는 북반구 전역에서 3년간 여름이 사라지며 농업 생산이 붕괴됐습니다. 자연재해 리스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결론

    이번에 처음으로 화산과 지진 리스크를 투자 관점과 함께 들여다보면서, 제가 얼마나 이 분야를 피상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실감했습니다. 환태평양 조산대, 섭입 작용, VEI라는 개념들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 원리를 알고 나면 '일본에 지진이 또 났네' 같은 무감각한 반응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그에 맞춰 대비하는 방식은, 리스크를 숨기거나 축소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투자든 생활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큰 충격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실제로 그 상황이 왔을 때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일본 관련 자산이나 공급망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일본 내각부 방재정보 페이지를 한 번쯤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youtu.be/F3_Xn_TPDjk?si=Pkn5bB3ZSJBHKr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