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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해외에서 사업으로 성공한다는 게 어느 정도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K-바비큐로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는 사연을 보면서, 그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운이라고 보기엔, 그 과정에 쌓인 시간의 무게가 너무 뚜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해외창업의 현실 — 숫자 뒤에 가려진 것들
연 매출 100억이라는 수치는 분명 자극적입니다. 그런데 제가 멜버른에서 유학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타지에서 뭔가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지 몸으로 압니다. 형들과 바다낚시며 장어잡이를 다니던 그 시절,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였지만 사실 낯선 환경에 버텨내는 일 자체가 에너지를 갉아먹었습니다. 해외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그보다 몇 배는 더한 소모전일 겁니다.
실제로 해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관점에서 보면, 필리핀은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외국인 창업 진입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FDI란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법인 설립, 인력 채용, 운영 전반에 걸친 직접 경영 참여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법적 진입 장벽이 낮다고 해서 실제 운영이 쉬운 건 아닙니다. 현지 규제, 식품 위생 인증, 인력 이탈 문제 같은 변수들이 사업 초기에 집중적으로 터집니다.
저는 이 사연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이 '초기 자본 조달을 어떻게 했을까'였습니다. F&B(식음료) 창업에서 초기 자본 회수 기간, 즉 투자 회수 기간(Payback Period)은 통상 3~5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Payback Period란 투자한 자본이 영업 이익을 통해 완전히 회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해외 창업이라면 이 기간이 국내보다 훨씬 불확실하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연 매출 100억이 나오기까지 그 회수 기간을 버텨낸 과정이 있었을 텐데, 방송에서는 그 부분이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해외 외식업 창업의 실패율은 높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 5년 생존율도 20% 안팎에 불과한데(출처: 중소벤처기업부), 해외 창업은 그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을 함께 전달했다면, 시청자가 이 성공 사례를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방송에서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기 자본 조달 방식과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음
• 현지 식품 위생 인증 및 노동 규제 대응 과정 미설명
• 실패 가능성과 리스크 요소에 대한 균형 있는 서술 부재
• 현지 파트너십 또는 프랜차이즈 구조 여부 불명확
현지화전략이 핵심이었던 이유
K-바비큐가 필리핀에서 통한 이유를 단순히 "한식이 인기를 끌어서"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훨씬 정밀한 현지화 전략이 작동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글로벌 F&B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제품 현지화(Localization) 실패입니다. 여기서 Localization이란 단순한 메뉴 번역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의 식습관, 가격 민감도, 식사 문화까지 반영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재구성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필리핀은 돼지고기 소비량이 많고, 숯불 구이 문화인 '이히하도(Ihirado)'가 이미 일상적으로 자리 잡혀 있는 나라입니다. K-바비큐가 낯선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친숙한 조리 방식에 한국식 양념과 고기 품질을 결합한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해외에서 뭔가가 잘 되는 경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들이밀 때보다 현지 문화와 60~70%는 겹치면서 나머지 30~40%를 차별화할 때입니다.
또한 현지화 전략에서 빠지지 않는 개념이 LTV(고객 생애 가치, Customer Lifetime Value)입니다. LTV란 한 명의 고객이 해당 브랜드와 관계를 지속하는 동안 발생시키는 총 매출 가치를 의미합니다. 해외 사업에서 신규 고객 유치 비용은 국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재방문율을 높이고 LTV를 극대화하는 운영 방식이 수익성의 핵심이 됩니다. 연 매출 100억이라는 수치 뒤에는 아마 이런 재방문 고객층의 단단한 기반이 있었을 겁니다.
한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외식업 분야 한국 브랜드 진출 건수는 2020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KOTRA). 하지만 진출 건수가 늘어난 만큼 철수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이번 방송에 소개된 사례가 더욱 돋보이는 건, 그 경쟁 속에서 지속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타지 생활을 겪어봐서인지, 이 사연에서 숫자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그 사람이 현지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 쏟았을 시간들이었습니다. 낯섦을 견뎌내는 힘이 결국 현지화 전략의 가장 근본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해외 창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번 사례를 '성공 신화'로만 소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과를 보기 전에,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의 무게를 함께 가늠해보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준비가 됩니다. 연 매출 100억의 이면에 있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현지화 전략의 축적을 들여다볼수록, 이 사례는 단순한 자극제가 아닌 진짜 공부가 되는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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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m.blog.naver.com/luke7851/224354391241
어메이징코리안, 해외창업, K바비큐, 필리핀창업, 현지화전략, 생생정보통, 해외성공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