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작년까지 제 계좌가 불어나는 게 제 실력인 줄 알았습니다. 금 관련주든 반도체주든 분위기 타고 들어간 종목이든, 그냥 사두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2025년 10월 이후, 시장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금은 역사적 고점 근처에서 버티는데 비트코인은 30% 가까이 무너졌고, 저는 그제야 랠리의 본질이 제 실력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뭘 사도 올랐던 시절,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직접 겪어보니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즉 주식·금·비트코인·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은 단순한 경기 호황이 아니었습니다. 본질은 달러의 가치 하락이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총자산은 2007년 약 8,800억 달러에서 2025년 현재 약 7조 달러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18년 만에 약 일곱 배가 늘어난 셈입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돈을 찍었고, 2020년 팬데믹 때는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유동성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는 누적 56% 이상 급등했습니다.
여기서 유동성(Liquidity)이란 시장에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유동성이 넘칠수록 투자 자금이 주식·금·암호화폐 등 각종 자산으로 흘러들어 가격을 끌어올립니다. 달러 가치가 녹아내리니 현금을 쥐고 있으면 손해라는 판단이 퍼졌고, 그게 랠리의 진짜 이유였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은 365%, 금은 423%, 나스닥은 760% 상승했습니다. 저도 그 물결 위에 올라타 있었던 거였는데, 그때는 그 흐름이 언제든 갈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금과 비트코인이 엇갈린 진짜 이유: 단기채 발행
2025년 10월 고점 이후 자산 가격 흐름을 보면 이렇습니다.
- 금: 역사적 고점(4,381달러) 대비 약 0.89% 하락, 사실상 고점 유지
- 나스닥: 고점 대비 약 2.7% 하락
- S&P 500: 고점 대비 약 0.6% 하락
- 비트코인: 역사적 고점(12만 6,000달러대) 대비 약 30% 하락
왜 이렇게 갈렸을까요. 저는 처음에 비트코인 고유의 투자 심리나 레버리지 청산 때문이라고만 봤는데, 단기 금융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니 다른 맥락이 있었습니다.
미국 재무부에는 국채 발행 준칙이 있습니다. 전체 국채 발행량 가운데 단기물 20%, 장기물 80%를 유지하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베센트 재무장관은 2025년에 이 비율을 뒤집었습니다. 단기물 비중을 전체 발행량의 55%까지 끌어올린 겁니다. 그 결과 누적 발행량 기준 단기물 비중은 어느새 32%까지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단기채(Short-Term Treasury Bill)란 만기가 1년 이하인 미국 국채를 의미합니다. 단기 금융 시장에서 대규모로 발행되기 때문에, 단기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시장의 단기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효과가 납니다. 실제로 초단기 금리를 나타내는 SOFR(담보부 익일물 조달금리)가 연준이 설정한 범위를 벗어나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는 발작 현상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은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서 5년·10년물 장기 국채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단기채를 집중 발행하면 장기 국채 발행이 줄어 장기금리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덕분에 금값은 버틸 수 있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단기 레버리지와 단기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투자자 비중이 높아 단기 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구조입니다. 이게 제가 몸으로 느낀 차별화의 실체였습니다.
파월의 카운터펀치, 그리고 불확실성
단기 금융 시장이 이렇게 흔들리자 파월 연준 의장이 움직였습니다. 2024년 12월 FOMC 이후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채 매입을 발표한 것입니다. 당초 시장 예상치인 15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규모였습니다.
여기서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란 중앙은행이 국채나 자산을 직접 매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을 뜻합니다. 파월은 "이건 양적 완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낸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해명이 나올 때는 대부분 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문제는 이 400억 달러가 충분하냐는 겁니다. 베센트가 2025년 한 해 동안 발행한 단기채는 약 1조 달러입니다. 여기에 매월 400억 달러를 사준다는 건, 쏟아진 물의 규모를 생각하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가 충분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보는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합니다. 비트코인이 다시 고점을 향해 움직인다면 단기 자금 시장이 안정됐다는 신호이고, 계속 눌린다면 신용 경색(Credit Crunch)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용 경색이란 금융 시장에서 자금 공급이 급격히 줄어 기업이나 투자자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주식 시장 전반에도 압박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에브리싱 랠리 이후, 이제 내 돈은 내가 지킨다
솔직히 이번 흐름을 보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같은 테마라도 다 같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는 겁니다. 그때 느낀 건, 제가 단기 매매를 하면서 수급 흐름을 봐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했다는 거였습니다.
앞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분이라면 단기 금융 시장 자금 흐름과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동향을 함께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이 자금이 회수되면서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에 매도 압력이 높아집니다. 금 투자자라면 장기 국채 금리 방향이 핵심 변수입니다.
자산 차별화 시대에 거시 분석은 큰 그림을 잡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다만 저는 결국 개별 종목 수급과 -3% 손절 원칙으로 제 돈을 지키는 게 맞다는 결론에 다시 도달했습니다. 거시 분석을 참고하되, 내 계좌는 내 원칙으로 지키는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