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에는 당연히 살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6월 12일 나스닥 상장 예정인 스페이스X(티커: SPCX), 기업가치 약 1조 7,500억 달러짜리 역대 최대 규모 IPO 소식을 듣고 청약 방법부터 뒤졌으니까요. 그런데 며칠 파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본주를 직접 사는 건 사실상 막혀 있고, 우회로도 생각보다 허점이 많다는 것을.

개인청약이 막힌 이유, 그리고 제가 느낀 온도 차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공모주 청약 경험이 있으면 미국 IPO도 비슷하게 개인에게 물량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IPO 구조는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은 공모주 의무배정(법적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일정 비율을 반드시 배정하는 제도) 규정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주관사가 재량껏 배분하는데, 결국 장기 보유가 가능한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이 우선입니다. 개인이 끼어들 자리가 구조적으로 없다는 뜻입니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공동 주관사 20개사 중 하나로 선정되어 물량 일부를 들여오긴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저한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최소 참여 금액이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수준이고, 전문투자자 요건까지 충족해야 합니다. 코스피·코스닥 단타를 치는 제 종잣돈으로는 접근 자체가 안 되는 구조였습니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설령 청약에 참여했더라도, 실제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시점은 상장일이 아닙니다. 미국 현지 예탁과 국내 증권 입고 절차가 끝나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시간 기준으로 상장 후 최소 2영업일이 지난 뒤에야 매매가 됩니다. 상장 첫날 변동성을 노리는 단타 트레이더 입장에서, 이틀 동안 주가가 어디로 튀든 손을 쓸 수 없다는 건 치명적인 리스크입니다. 그래서 미래에셋이 청약자에게 '청약 철회권'까지 부여한 것이겠죠.
여기서 제가 느낀 가장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상장 첫날 두 배 먹고 빠진다"는 시나리오는, 본주 청약자 기준으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그림이었습니다. 그 흥분이 얼마나 허황된 기대였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냉정해졌습니다.
우회투자 4가지, 제가 실제로 따져본 논리와 허점
청약이 막히면 자연스럽게 우회로를 찾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회 경로를 하나씩 따져보니, 생각보다 논리가 허술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흔히 거론되는 우회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XOVR ETF: SPV(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스페이스X 비상장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미국 상장 ETF. 주당 약 19달러 수준이며, 스페이스X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ETF로 꼽힙니다.
- NASA ETF(테마스페이스 이노베이터): 전체 자산의 약 10~11%를 스페이스X 지분으로 구성한 우주 특화 ETF. 다만 상장 후 락업(lock-up) 기간 동안 보유 지분 매도가 제한됩니다.
- FPX·IPO ETF: IPO 직후 신규 편입 구조.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약 5~14거래일 내 편입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 모멘텀 투자에 활용됩니다.
- 국내 상장 우주 ETF: KODEX 미국우주항공, TIGER 미국우주테크 등. ISA 및 연금 계좌에서 매수 가능하며, 상장 후 2~3일 내 스페이스X 본주를 최대 25%까지 자동 편입하는 구조입니다.
XOVR ETF의 경우 락업(lock-up) 이슈를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락업이란 특정 주주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건입니다. XOVR이 내부자 주주와 동일하게 분류되면 최소 6개월은 스페이스X 지분을 팔 수 없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해도 그 차익을 즉시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ETF를 샀는데 정작 핵심 보유 자산의 가격 상승이 NAV(순자산가치, 즉 ETF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1주당 가치)에 즉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테슬라를 사면 스페이스X에 간접투자가 된다"는 얘기도 많이 돌지만, 이건 잘못된 논리입니다. 머스크 개인이 두 회사 모두에 지분을 가진 것이지, 테슬라라는 법인이 스페이스X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반면 알파벳(구글)은 실제로 스페이스X 주식을 약 6~7%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간접 노출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제가 솔직히 느끼는 건, 알파벳 주가는 사실상 구글 광고와 클라우드 사업에 연동되는 것이지 스페이스X 지분 비중이 주가를 움직이기엔 너무 작습니다.
나스닥-100 조기편입 논리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스닥-100이란 나스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QQQ 같은 대형 패시브 펀드가 이 지수를 추종합니다. 규정 변경으로 초대형 IPO는 상장 후 15거래일 내에 조기 편입이 가능해졌는데, 이렇게 되면 QQQ를 포함한 수많은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스페이스X를 매수해야 합니다. 이게 우주 ETF 우회투자의 진짜 근거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이미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보라, 그 기대감이 현재 가격에 일정 부분 선반영됐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출처: 나스닥 공식 사이트).
그리고 글에서 가장 크게 비어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공모가 135달러, 시가총액 약 1조 7,500억 달러가 과연 합리적인 가격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PSR(주가매출비율, 기업의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로 나눈 값)로 따지면 2026년 예상 매출 150억~160억 달러 대비 시총이 100배를 훌쩍 넘습니다. EPS(주당순이익)는 현재 마이너스입니다. "좋은 회사"와 "지금 이 가격에 사는 게 맞는 매매"는 전혀 다른 문제인데, 역대급 IPO라는 수식어에 가슴이 먼저 뛰었던 제 자신이 가장 위험한 신호였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아람코(2019)나 알리바바(2014) 같은 역대급 IPO일수록 상장 후 단기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출처: Bloomberg).
진짜 규율이 뭔지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우회로를 열심히 찾아내는 것 자체가 사실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의 다른 이름입니다. 제 스타일은 차트와 수급, 단기 모멘텀인데, 이번엔 스스로도 "5~10% 비중, 중장기 분할매수"를 결론으로 세웠습니다. 그게 제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쓰면서 느꼈습니다.
결국 이번에 제가 세운 원칙은 하나입니다. 본주 몰빵, 레버리지 ETF, 비상장 직접거래는 처음부터 제외하고, 전체 자산의 5~10% 이내에서 국내 우주 ETF를 ISA 계좌로 분할 매수합니다. 욕심을 줄이면 잠은 잘 잘 수 있으니까요. 스페이스X가 진짜 대단한 회사인 건 맞습니다. 다만 그 회사가 대단한 것과, 지금 이 가격에 사는 것이 좋은 매매인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각인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정리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청약·매매 조건은 반드시 해당 증권사 공식 안내문과 공시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