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저는 급등주를 쫓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매번 비슷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이번에 조선주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1등 대형주를 오랫동안 외면해온 게 실제로 얼마나 비싼 습관이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STX 급등에 올라탔다가 배운 것
솔직히 저도 처음엔 장 초반 급등 종목 보면 일단 손이 먼저 갔습니다. 조선주 테마가 달아오를 때도 그랬습니다. STX가 시초가부터 치고 올라가는 걸 보고 "이거다" 싶어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늘 비슷했습니다. 오전 고점을 찍고 흐르기 시작하면 제가 정해둔 -3% 손절 룰이 어김없이 발동됐고, 며칠 만에 계좌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반면 그날 유독 버티거나 오히려 오른 종목은 HD현대중공업이었습니다. 단순히 조선업 수주 증가라는 이야기뿐 아니라, 데이터센터향 엔진 신규 수주와 방산 이슈까지 실체 있는 모멘텀이 겹쳐 있는 종목이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관련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요청 등 여러 재료가 동시에 쌓인 상태였죠.
여기서 모멘텀이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이벤트나 뉴스의 연속적인 흐름을 의미합니다. 급등 테마와 다른 점은, 모멘텀은 기업의 실적이나 계약 같은 실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차이가 계좌 성적을 가르는 결정적인 지점이더라고요.
"1등이 제일 싸다"는 말, 정말 맞는가
지금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장타픽으로 제시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근거로 PBR(주가순자산비율) 비교가 자주 등장합니다. PBR이란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 대비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해석합니다.
SK하이닉스는 통상 PBR 4
8배 구간이 역사적 평균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삼성전자는 그 평균 하단인 6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SK하이닉스는 이미 5배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두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지금은 삼성전자 쪽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있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대 밸류에이션 비교는 단기 매매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훨씬 힘을 발휘합니다. 6월 초 폭락장 때 제 계좌에서 제일 빨리 회복한 건 결국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이었습니다. 급등주는 내릴 때 더 빠르게 내려왔고, 대형주는 느리게 빠지고 느리게 올라왔지만 결국 돌아왔습니다. 조급하게 단타만 치다 보면 이 흐름을 아예 탈 기회조차 없습니다.
구조적 성장론의 가능성과 한계
요즘 반도체 업황 분석 리포트에서 자주 나오는 키워드가 구조적 성장론입니다. 이 개념은 메모리 반도체가 기존의 사이클 산업 패턴, 즉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급락하는 반복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주장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처럼 AI 인프라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 비중이 커질수록, 이전처럼 무작정 대량 생산 후 재고를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주 기반의 생산 구조로 전환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노무라증권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잇달아 관련 리포트를 내놓으며 삼성전자의 EPS(주당순이익) 성장과 함께 PBR 재평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 EPS란 기업이 한 주당 얼마의 순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배수를 지불할 의향이 생기고 PBR 자체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조적 성장론이 맞다면 지금 삼성전자 주가는 싸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한 발 물러서고 싶습니다. 방송에서도 인정했듯이 이 논리는 아직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보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슈퍼사이클 국면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반복됐지만 결국 다운사이클은 왔습니다. 지금의 구조적 성장론이 시장 전체의 컨센서스로 자리 잡으려면 실적 발표마다 리포트가 누적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TSMC 비교와 방산주 "물타기 권고"의 함정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강해지면 TSMC처럼 PBR 20배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 없이 다른 기업의 설계대로 칩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TSMC는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회사로, 수율과 고객 신뢰 측면에서 오랫동안 검증된 트랙레코드가 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현재 대형 고객 확보와 수율 안정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밸류를 받는다"는 말은 그 결과가 실적으로 증명된 뒤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지금 당장 매수 근거로 삼기엔 논리가 앞서간다고 봅니다.
방산주에 대한 "빠질 때마다 모으라"는 조언도 짚고 싶습니다.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쉬고 있다고 진단해놓고, 동시에 하락할 때마다 추가 매수를 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조언이 위험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얼마나 더 빠질지, 얼마나 오래 쉴지 아무도 모른다
- "모아가기"와 "물리기"는 실전에서 종이 한 장 차이다
- 손절 룰을 지키는 단기 매매자에게는 전혀 다른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국내 방산 산업의 수출 성과는 실제로 주목할 만한 수준입니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방산 수출액은 2022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장기적인 산업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그것이 곧 지금 당장 들어가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제 계좌로 배운 교훈은 "좋은 산업"과 "지금 살 만한 주가"는 별개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진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싸다는 게 바로 오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노조 이슈를 "전쟁보다는 낫다"며 가볍게 넘기는 태도도 개인 투자자가 그대로 따라할 부분은 아닙니다. 방송은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지, 매수 버튼을 대신 눌러주는 곳이 아닙니다. 구조적 성장론이 시장 전체의 공감대로 확산되는지 리포트 흐름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빠질 때 분할로 접근하는 것이 지금 제가 택한 방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