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숫자, 박수 칠 일일까요? 저는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오히려 긴장이 됐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8거래일째 올라오고 엔비디아가 20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들썩였지만, 직접 겪어보니 이런 분위기가 절정일 때일수록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압니다. 오늘은 제가 이 흐름 속에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밸류에이션 부담, 분위기에 묻히고 있는 건 아닐까
오전에 리노공업 주가가 9% 가까이 빠지는 걸 보면서 잠깐 멈췄습니다.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지분 매각 때문이었는데, 주총이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나온 물량이라 시장이 신뢰 문제로 받아들인 겁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오너 리스크, 즉 지배주주의 예고 없는 대규모 매도는 단순한 수급 이슈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펀더멘털, 쉽게 말해 이익 창출 능력이나 사업 구조 자체가 훼손된 건 아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이 바로 이런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PER(주가수익비율), 즉 현재 주가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보면 숫자가 제법 부담스럽습니다.

- 대한전선: PER 약 70배
- 리노공업: 포워드 PER 약 48배 (포워드 PER이란 향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입니다)
- HPSP: PER 약 37배
- 로보티즈: PER 약 325배
이런 수치를 보면서 "지금은 기업 밸류보다 내러티브와 성장성이 적용되는 구간"이라는 말이 나도는데, 솔직히 이 말은 "비싸지만 분위기로 간다"는 뜻입니다. 내러티브 장세, 즉 실적보다 기대감과 스토리로 주가가 오르는 장세는 분위기가 꺾이는 순간 이수페타시스처럼 여지없이 부러집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부러지는 속도가 올라올 때의 두 배는 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횡보 구간 90%를 버텨놓고 마지막 10%를 못 참아서 팔았던 종목이 그 이후에 크게 올랐던 경험, 반대로 급등 이후 추격 매수했다가 바로 조정을 맞았던 경험. 이게 주식 투자에서 매수보다 매도가 훨씬 어렵다는 걸 온몸으로 배운 계기였습니다. 결국 매매 기준은 분위기가 아니라 숫자로 잡아야 한다는 원칙이 이런 장에서 더 빛을 발합니다.
HD현대마린솔루션 목표주가 43만3천 원 리포트가 급등 이후 나온 것도 눈에 걸렸습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횡보 구간이 아닌 급등 시점에 집중되는 건 구조적인 패턴인데, 리포트는 매수 신호가 아니라 "시장이 이미 알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낫습니다.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의 투자자 보호와 공시 제도에 관한 기준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으며, 이런 공시 타이밍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코스닥 수급 변화, 국민성장펀드가 바꾸는 흐름
반면 코스닥 쪽은 좀 다른 이유로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외국인이 갑자기 코스닥을 대거 담더라고요.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6월 출범 예정인 국민성장펀드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국민성장펀드란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펀드로, 코스닥 종목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 편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펀드 출범 전에 미리 저가에 담아두는 게 합리적인 전략이 됩니다.
의무 편입 조건에 기술특례 기업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바이오 종목들이 수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현재 수익이 없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거래소에 입성하는 방식으로, 국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의 상당수가 이 경로를 통해 시장에 들어옵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종목 중 ABL바이오, 리가켐바이오처럼 어느 정도 실적 이력이 있는 기업들이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제가 반도체 검사장비 쪽 종목을 들고 있다 보니 이 수급 변화가 남의 얘기 같지 않습니다. 코스닥 장비주들도 이번 흐름에서 같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게 펀더멘털 개선인지 정책 기대감에 따른 수급 효과인지는 계속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내 기술특례 상장 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다만 정책 수급에 기댄 투자는 경계가 필요합니다. 펀드 출범 일정이 밀리거나 편입 기준이 예상과 다르게 확정되면, 그 기대감만큼 되돌림이 나올 수 있거든요.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는 기대감 선취매보다 실제 편입 발표 이후 움직임을 보고 들어가는 게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인텔이 하루에 23% 넘게 급등하고 CPU와 GPU의 하모니가 중요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 반도체라는 반도체는 다 중요해졌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숫자로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18거래일 연속 상승은 기회이기도 하고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런 장에서 저는 손절선을 더 타이트하게 잡고, 신규 진입은 눌림목에서만 한다는 원칙을 특히 엄격하게 지키려 합니다. 분위기를 타되 숫자를 놓치지 않는 것, 결국 그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는 반도체 장비주와 코스닥 수급 변화를 집중해서 지켜볼 예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추천하는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